결혼은 정말 미친 짓인가?
30대 중반이 되면서 결혼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아졌을 무렵, 이 영화가 생각이 난 적이 있었다.
이 영화가 처음 나온 건 2002년 무렵이었는데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결혼은 한참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19금이라 볼 수도 없었다. 언젠가 대학생 때인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것 같다. 사실 영화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기억나는 장면은 딱 하나, 여주인공 엄정화가 자취방 같은 곳에서 감우성을 면도해주는 장면뿐이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드디어 이 영화가 떴다.
그 자리에서 이 영화를 클릭했고 그 자리에서 클리어해버렸다.
불륜 영화?
20년 전의 영화다.
20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30대들에게도 지금의 30대와 똑같은 고충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마 지금의 30대, 특히 30대 중후반인 이들이 본다면 너무나 공감할 영화라 생각된다. 내가 어릴 때, 결혼에 대해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면 불륜영화로, 정말 미쳤구나? 이런 걸 영화 소재로 쓴다고 생각했겠지만 30대 후반에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그 현실적임은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했다. 네이버 평점에만 보더라도 정말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줄거리
준영(감우성)과 연희(엄정화)는 오랜 친구의 소개로 만난 사이다.
30대 중반의 대학 시간 강사인 준영은 연희와 대학로에서 처음 만나기로 하고 연희는 준영에게 알아보기 쉽게 한겨레 신문을 돌돌 말고 있어라고 요청한다. 상대방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준영은 자신과 똑같이 한겨레 신문을 말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된다. 한참을 기다리다 다른 남자는 그 자리를 떴고 준영도 바람맞았다고 생각하고 떠나려는 순간 연희가 나타난다.
둘은 커피숍에 들어가고 말 그대로 '선'을 보는 자리에서 오가는 형식적인 이야기를 한다.
직업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고 있으며, 정말 결혼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무료한 대화를 이어간다. 준영은 거기서부터 재미가 없다. 또 이 여자와 이뤄지지 못할 걸 직감한다. 그래서 마음 편히 그녀를 대하려고 한다. 그러다 술을 한잔하고 차가 끊기고 둘은 모텔로 향한다. 좀 엉뚱한 전개이긴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지만 준영은 그녀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
연희 또한 그녀가 원하는 경제적 안정감을 줄 사람이 준영이 아니기에 마음은 있으나 또 선을 보러 다닌다. 그러다 의사를 만나게 되고 그의 조건이 좋아 그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연희와 준영은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연희의 강제적인 여행이었고 그녀는 '신혼여행'이라고 부르며 준영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둔다.
끝난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연희의 연락으로 다시 시작된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준영에게 독립을 권하며 자취방 구할 돈을 빌려주고 그의 방을 꾸며준다. 자주 준영을 집을 들르며 두 집 살림을 시작하지만 준영은 어차피 자신의 여자가 아니고 끝이 보이는 관계를 즐겁지만 이어나가기 힘들어한다.
감상평
이 영화는 줄거리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이 인물들의 심리상태와 상황을 보면 서로의 고민들이 잘 나타난다. 어쩌면 연희는 속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준영이지만 그녀는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나 편하게 살길 바란다. 그것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어 가정을 꾸렸음에도, 또 남편에게 다정한 아내임에도 준영을 찾고 그와 육체적 관계를 가지며 연애를 이어간다. 준영과 성격도 잘 맞고 함께 있으면 늘 즐겁지만 남편은 바쁘고 지루한 사람이다.
나는 30대가 되면서 20대 때와 30대의 연애는 다름을 많이 느꼈다.
20대 때는 사람 만나기도 참 쉽고 직장이 없는 대학 시절에는 그다지 따지는 조건도 없었지만 나이가 들고 직업을 가지며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따지는 것이 많아지고 경제적으로도 생각할게 많아졌다. 남자도 그런데 여자는 오죽하겠는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속물들을 직접 보고 주변의 친구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배우자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아 갔다. 그랬기에 이 영화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0년 전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 시절엔 벤츠 같은 외제차를 보기도 힘든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여자들은 그저 차 있는 남자를 원했던 시절에서 외제차 타는 남자를 선호하고 남자들은 자신도 있어 보이기 위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영화를 다 본 후 네이버 평점을 보니 하나 같이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30대 중후 반일터. 이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이해가 되지 않던 세상 일들이 이해가 된다는 것, 그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드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다.
결혼을 앞둔 30대들이 보면 정말 좋을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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